우리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생태계를 놀라운 속도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일을 생각하지 못한 채, 편리함만을 좇다가 벌어진 일인데요. 우리가 먹는 음식에 영향을 미치는 '벌'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벌이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이에 벌의 중요한 역할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은 '세계 벌의 날 (World Bee Day)'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베를린 응용과학대학 창업센터에서 만난 필립 포타스트 (Philip Potthast)와 파비안 비슈만 (Fabian Wischmann)은 벌들이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벌집 'HIVE'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이 벌집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산업 디자인 연구의 논문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인체공학적인 벌집을 디자인하기 위해 여러 양봉업자들과 함께 양봉업에 참여하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꿀벌의 면역력을 약화시키며 바이러스를 퍼트려 꿀벌을 기형적으로 만드는 기생충인 바로아응애 (Varroa Mite)를 박멸할 때 쓰는 화학 치료법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기생충을 박멸하기 위한 화학적인 방법은 벌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이들은 양봉에서 인간 공학보다 해결해야 할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기존의 꿀벌 상자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서양 꿀벌이라고 알려진 양봉장 꿀벌 (Apis mellifera)이라는 벌을 기준으로 하여, 벌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벌들이 살아갈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의 하이브는 쉽게 교체할 수 있는 요소가 포함된 모듈식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재활용 플라스틱, 점토, 나무 및 나무껍질 등 다양한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자연 속 나무의 모습을 모방하여 나무 기둥처럼 길쭉한 모양이 되었으며, 벌들이 왕래할 수 있는 문은 나무의 구멍과 유사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자연의 모습을 따르고,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것 외에 이 벌집에서 눈여겨볼만한 것은 바로 스마트 기능입니다. 꿀벌의 활동 관련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센서가 내장되어 있으며 앱과 연동하여 벌의 생활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은 어쩌면 환경을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길을 만드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에 무지해 환경을 파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환경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 청정에너지, 인공지능... 최종 목표는 '공존'이겠네요. 살고 있는 터전 없이는 발전도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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