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그라피티 예술가 뱅크시는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곳에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의 작품 때문에 부동산 가치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것은 한 경매 때문입니다. 2018년 소더비 경매에서 '소녀와 풍선(Girl With Balloon)'이라는 작품이 낙찰됨과 동시에 파쇄되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파손되었지만, 현대 미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그의 이름과 작품이 더더욱 인기를 얻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이번에는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디지털 경매에 올랐습니다. NFT는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 그라임스 (Grimes)가 자신의 그림을 NFT 경매에 올려 20분 만에 65억 원에 팔리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NFT 코인을 이용하게 되면 아티스트가 만든 작품이나 회사가 만든 게임 등과 같은 디지털 자산이 위조될 염려가 없어 희소성이 높아지고, 가치가 변질되지 않아 새로운 가치 투자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뱅크시의 작품이 경매에 오른 것은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매는 뱅크시가 진행한 것이 아닙니다. 블록체인 회사인 인젝티브 프로토콜 (Injective Protocol)이 뱅크시의 '바보들 (Morons (White))'이라는 작품을 사서 이를 NFT으로 디지털화시킨 후 진행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경매를 진행하기 전, 이들은 놀랍게도 작품을 불태워버렸습니다! 작품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와... 이래도 되나 싶네요.
@BurntBanksy라는 트위터 계정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작품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줬던 이들은 뱅크시 외에 뱅크시의 작품을 파괴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자칭 '기술 및 예술 애호가' 그룹인 이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또 한 번 경악했습니다. 이들은 작품을 태우는 것 그 자체가 "예술 그 자체의 표현"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이들은 원본을 불태운 후 작품을 이더(ETH) 기반 디지털 경매시장인 오픈 씨 (OpenSea)에 올렸습니다. 경매는 3월 9일까지 진행된다고 합니다.
원본은 없지만 아트 버전 번호와 같은 입력 사양을 스마트 계약 코드에 입력하므로 누구도 디지털 아트를 어떤 식으로든 변경할 수 없기에, 원본과 마찬가지의 희소성을 가진다고 합니다. 경매에서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은 뱅크시의 작품을 검증하는 페스트 컨트롤 (PestControl)에서 진품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NFT의 가치 덕분인지 몰라도, 뱅크시의 경매 소식은 사람들에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경매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예전에 예술작품의 가치는 원본이 있어야 했지만 점차 기술이 발달되면서 디지털화된 작품 또한 원본 못지않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네요. 기술의 발달이 예술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의 모든 것을 퀼트로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0) | 2021.03.25 |
---|---|
첨단 시대 속에서 느끼는 아프리카 전통문화 (0) | 2021.03.13 |
일론 머스크의 여자친구 그라임스, 가상 그림을 65억에 팔다 (0) | 2021.03.04 |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풍자하는 일러스트 (0) | 2021.02.20 |
마이크로 CT 스캐너로 표현하는 꽃의 아름다움 (0) | 2021.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