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4일 열린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을 달군 이슈는 바로 '한복'이었습니다. 중국 소수 민족으로 조선족 대표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기 때문입니다. 곱게 댕기머리까지 한 모습은 누가 봐도 우리의 한복을 입은 모습이 분명했죠. 이 한복뿐만 아니라 개막식에서는 강강술래, 상모 돌리기, 김장하는 모습 등을 보여주었습니다.
개막식에서 한국의 문화가 마치 자국의 문화인 것처럼 선보인 것에 대해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한국은 중국 아래에 있는 수많은 소수민족 중 하나였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결국 '한국의 문화는 중국의 문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한국의 문화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중국은 꾸준하게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김치, 쌈과 같은 한국 음식이 중국의 음식이라며 이 요리를 해먹는 모습을 꾸준히 방송과 유튜브로 내보냈죠. 예능 경쟁 프로그램에서는 조선족의 문화라며 아리랑과 상모 돌리기 등 우리의 고유문화를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대표 시인인 윤동주 님마저 조선족으로 만들어버리는 만행을 벌이고 있죠. 기가 찰 노릇입니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소분홍'이라 불리는 중국의 맹목적인 애국주의자들이 이를 진짜로 믿고, 우리를 '역사를 훔친 뻔뻔한 민족'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중국은 한복을 '한푸(Hanfu)'라고 부르며 한국의 한복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는데요. 그 주장의 선두에는 중국의 패션 인플루언서 '시인(Shiyin)'이 있습니다. 모델, 유튜버인 그녀는 지난 2년간 자신의 채널을 통해 '한푸는 한복이 아니다. 역사를 존중하라', '혐오가 역사를 바꿀 수 없다'라고 주장하는 영상을 올리며 한복이 한푸에 영향을 받았다고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입니다. 영상 전체가 전 세계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영어로 설명하는 치밀함을 보이고 있네요. 한복을 입고, 차분한 어투로 한국을 도둑놈 취급하는 모습은...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계속 주장하면 거짓이 진짜가 된다고 믿는 거 같아요. 음습한 의도가 보여서 치가 떨립니다.
그런데 이런 일에 그저 분노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2일, 세계적인 패션 잡지인 보그 (Vogue)에서 한복을 '한푸'로 소개했기 때문입니다. 보그는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한복풍 의상을 입은 모델들의 사진과 함께 “한푸는 한족이 통치하던 시대의 역사적 의복 양식 가운데 하나”라며 "웨이보에서 한푸 검색량이 48억 9,000만 회가 넘으며 틱톡에서 한푸 관련 영상의 조회 수가 477억 회 이상 조회되었다. 현재 이 운동은 유행에 민감한 중국의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푸 마니아는 2019년 356만 명에서 2020년 600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포스팅은 현재 16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상태인데요. 중국이 계속 이렇게 주장하니, 동양의 문화를 잘 모르는 서구에서는 그대로 이를 믿는 모습입니다.. 정말 답답하기 이를 때 없네요. 이런 상황인데 베이징 올림픽에서 또 한복이 등장하니 더더욱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황희 문체부 장관은 "싸우자고 덤비는 순간 과연 실익이 뭐가 있느냐"라며 공식적인 항의 계획이 없음을 밝혔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나서지 않는다면 중국의 왜곡은 사실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앞으로 동북공정에 제대로 항의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위기에 한국의 많은 분들이 한복을 알리려 노력 중입니다. 일러스트 작가 글림자님이 정리한 한복을 보면 우리나라의 한복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 재단은 작년부터 한복과 궁궐의 아름다움을 담은 콘텐츠, '코리아 인 패션 (Korea In Fashion)'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렸습니다. 더 많은 노력이 함께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일러스트 작가 글림자님의 한복 일러스트 모음 >
https://www.deviantart.com/glimja/gallery/46697826/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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