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페이스북은 커넥트 2021 컨퍼런스 말미에 사명을 '메타 (Meta)'로 변경하고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습니다. CEO인 마크 주커버그 (Mark Zuckerberg)는 "현재 우리 브랜드는 하나의 제품과 너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미래는 고사하고 오늘날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대표할 수 없습니다."라며 "오랜 시간에 걸쳐서 우리는 우리의 회사가 메타버스 회사로 보이기를 희망하며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것에 우리의 작업과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와 더불어 미래에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고정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며 머지않아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전망했습니다.
페이스북은 '메타'라는 이름이 '그 너머'를 의미하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인 제약을 넘어서는 미래를 상기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회사를 대표하는 앱이 모두 '메타'라는 이름 아래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이런 변신을 로고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고는 무한대를 뜻하는 수학 기호 ∞ 모양과 유사한데요. 이 로고의 모양은 메타의 'M'을 뜻하는 동시에 메타버스의 무한한 지평을 상징하는 무한대 기호와도 비슷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로고에서 '무한함'을 상징하기 위해 페이스북은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복잡한 모습에서 단순하고 플랫하게 변형되고 있는 현재 로고 트렌드와 반대로, 이들은 자체 기술을 사용하여 로고를 움직이는 3D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래서 메타의 로고는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동시에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드러내며 메타버스의 분위기를 표현합니다. 이렇게 미래 트렌드를 반영하며 진취적인 시도를 했건만, 로고의 디자인 또한 이름만큼이나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인터넷에서 두드러지게 불거져나오는 비판은 메타 로고의 '식상함'입니다. 연속 루프의 모양은 2008년부터 유행했기 때문에 이미 너무나 많은 브랜드에서 사용한 아이디어라는 주장이 제일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로고 데이터 베이스 사이트인 로고 라운지 (LogoLounge)의 설립자 빌 가드너 (Bill Gardner)에 따르면 전 세계의 브랜드 로고들에게서 1,200가지가 넘는 무한대 기호 변형 디자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페이스북이 선택한 이름과 디자인은 2015년에 한 스타트업이 만든 수면 추적기 앱과 무척 유사합니다.
최근 내부 고발자의 폭로와 더불어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벼랑 끝에 몰린 세계 최대의 소셜 미디어 회사의 변신은 그렇게 놀랍고, 어색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버스를 연상케 하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에서는 2019년부터 브랜드 개발에 힘써왔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이에 내부 고발을 했던 전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건 (Frances Haugen)은 "늘 그래 왔듯이 기존의 문제를 제쳐두고 새로운 확장으로 이를 덮는 것은 비양심적인 선택”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늘 개인 정보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이름과 로고로 이미지 변신을 꾀하려 해봤자 사람들은 여전히 페이스북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페이스북, 아니, 메타는 이번 달 안으로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얼굴 스캔 데이터를 삭제하는 동시에 얼굴 인식 시스템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지 변신과 더불어 핵심 기술을 포기하는 소셜 미디어 회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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