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서 중국의 위상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노동력을 제공하던 때는 이제 지난 이야기죠. 오히려 구매의 '큰 손'이 되어 세계 명품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에 패션 하우스들은 중국 시장을 노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며, 중국만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돌체 앤 가바나가 중국인 비하 광고를 개시했다가 중국인들에게 보이콧을 매섭게 당한 이후, 중국은 귀한 손님 대접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명품 패션 하우스인 보테가 베네타 (Bottega Veneta)가 1월 6일부터 12일까지 만리장성에 새해 인사를 펼쳐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는 음력 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설치 작품입니다. 만리장성을 덮은 디지털 스크린들은 중국에서 행운의 색으로 알려진 초록색과 오렌지색으로 물들었으며, 보테가 베네타의 이름과 동시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뜻의 중국어 '新春快乐'가 표시되었습니다. 이외에도 보테가 베네타는 만리장성에 있는 '산하이 고개'의 유지 보수를 지원하는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만리장성은 2016년 당시 800만 명의 관광객을 돌파하며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혔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일부 구간의 훼손이 심각해지게 되었고, 중국 정부는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보테가 베네타의 2022년 첫 프로젝트가 만리장성에서 시작한 이유는 아무래도 큰 손인 중국 시장에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 주요 도시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규제가 풀리자마자 보테가 베네타의 매출이 상승한 전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패션 하우스들이 앞다투어 올해의 띠에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으니 보테가 베네타 또한 이런 트렌드에 편승하여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보이네요. 만리장성에 설치 작품이 들어선 것도 놀랍고, 중국 친화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패션 하우스의 노력도 놀랍습니다.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마케팅이 아닐까 싶습니다.
bottega veneta takes over the great wall of china with monumental digital sc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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