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디자이너들이 의자 디자인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흔하지만 어떤 시각으로 보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연구가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의자 디자인에 5년이란 시간을 들인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의자 하나에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그 주인공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르티넬리 베네치아 (Martinelli Venezia)와 알렉산드로 스태빌레 (Alessandro Stabile)입니다. 이들이 만든 '체어 1:1 (Chair 1:1)'은 다른 의자 디자인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요. 차이점은 바로 '금형(mold)'에 있습니다.
규격이 동일한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틀'이 있어야 합니다. 그 틀을 금형이라 부르는데요. 좋은 디자인은 멋진 외형도 중요하지만, 금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가에도 달려있습니다. 제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부품이 많아진다면 금형도 많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재와 제조 시간 등에서 불가피한 낭비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적은 수의 금형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많은 영역에서 낭비되는 것들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디자이너들은 이 금형을 통해 낭비되는 것을 막고자 노력한 것입니다.
체어 1:1은 의자를 만들기 위한 모든 부품을 한 번에 성형할 수 있게 하여 낭비를 최소화한 디자인입니다. 의자는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금형에서 나온 그대로 판매됩니다. 또한 다른 의자 제조때보다 작은 크기의 금형이 사용되므로 제조 과정에서 효율성을 꾀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보관 및 배송 시 최소 공간만 사용하게 되므로 결국 많은 영역에서 효율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케아가 파손의 위험을 덜고 운반을 편리하게 하고자 플랫팩 디자인을 고안한 것처럼 말이죠. 디자이너는 의자의 소재를 플라스틱으로 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가졌지만, 불필요한 플라스틱 낭비는 운송과 포장재에서 더 많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만들려 애썼다고 합니다. 또한 내구성을 높여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도록 금형을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하네요. 무차별적으로 생산하고 버려지는 것에 대한 회의가 디자인에 고스란히 녹여진 것 같습니다.
물건을 찍어내는 과정에서 소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던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는 의자가 만들어지고 어딘가에서 쓰일때까지 모든 곳에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왜 의자를 만들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지 알 것 같네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이런 아이디어에도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DESIG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색 미끄럼틀이 경쾌함을 느끼게 하는 인테리어 디자인 (0) | 2021.02.27 |
---|---|
바나나 모양의 도어 스토퍼 (0) | 2021.02.26 |
귀여운 반려동물 로봇 'MOFLIN' (0) | 2021.02.24 |
전기와 물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Solar Desalination Skylight' (0) | 2021.02.23 |
공동의 공간에서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가구, '패치워크 (Patchwork)' (0) | 2021.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