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장 자크 상페를 기리며

흥디자인 2022. 8. 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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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선과 소박한 채색이 인상적인 그림을 통해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표현해 내던 프랑스 그림 작가 장 자크 상페 (Jean-Jacques Sempe)가 지난 8월 11일,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척 좋아하던 작가인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르겠어요. 그의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있을 일이라고 여겼는데... 역시나 죽음은 놀람과 슬픔을 함께 가져다 줍니다.

 

 

© nytimes.com

 

1932년 프랑스 보르도 주변 마을 페사크 (Pessac)에서 태어난 그는 그림 작가였으며, 매일 하루에 8시간 그림을 그리며 매일 그림을 연구하는 연구자였습니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은 만화 『아스테릭스』의 작가 르네 고시니 (Rene Goscinny)와의 합작으로 1959년 출간된 『꼬마 니꼴라』가 아닐까 싶어요. 개구쟁이 니콜라가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천진난만한 일상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른이 아닌 아이의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현대 아동문학이었다고 하네요. 덕분에 꼬마 니꼴라는 45개국에서 1,500만 부 이상 팔렸고 영화와 만화로도 제작되는 등 명성을 얻었죠.

 

© nytimes.com

 

그는 지금까지 『랑베르씨』, 『얼굴 빨개지는 아이』, 『속 깊은 이성 친구』, 『자전거를 못 타는 아이』, 『뉴욕 스케치』, 『상페의 어린 시절』 등 30여 권의 작품집들을 발표했으며, 미국 「뉴요커」의 주요 기고자였습니다. 그와 더불어 뉴요커의 표지를 가장 많이 그린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9년 간 뉴요커에서 기고한 내용은 나중에 『상페의 뉴욕 기행』이라는 작품집으로 묶여 나오기도 했죠. 또한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좀머씨 이야기』의 삽화를 그려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파리 외에도 뮌헨, 뉴욕, 런던, 잘츠부르크 등 주요 도시에서 데생과 수채화 전시회를 열었으며, 프랑스 그래픽 미술대상도 수상하며 프랑스에서 데생의 일인자로 꼽혔습니다.

 

 

© condenaststore.com/collections/jean+jacques+sempe

 

사랑스러운 꼬마 아이의 일상을 그려내고, 익살스러운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해 내는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지만, 그의 일생은 작가가 되기 전까지 그리 순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버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양부모의 학대를 받았으며 이후 생모와 계부와 지냈으나 생모는 폭력적이었고 계부는 알코올중독자였습니다. 이렇게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반대로 꼬마 니꼴라가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동안 어린 시절에 대한 언급을 꺼렸던 그는 2018년 인터뷰를 통해 "니꼴라 이야기는 성장하면서 견뎌온 비참함을 돌아보는 과정이었다."라고 말하며 속내를 조금이나마 드러냈습니다.

 

 

© en.wikipedia.org

 

소년 시절 재즈 피아니스트로 악단에서 연주하는 것을 꿈꿨던 그는 재즈 음악가를 그리면서 음악 보다는 그림에 소질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14세 때는 학교를 중퇴한 후 나이를 속여 입대를 하기도 했죠. 제대 후에는 파리의 한 신문사에서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활동 속에서 르네 고시니와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죠.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여러 신문사를 전전하며 그림을 그려야 했던 그가 안정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뉴요커에 채용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뉴요커와 작품을 통해 그의 작품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되면서, 그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의 모순된 모습을 포착하여 유머러스하고 여운이 남는 작품을 차례차례 선보이며 현재와 같은 명성을 얻게 됩니다.

그는 평생 동안 정치, 성,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 사회 속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그와 더불어 그를 대표하는 작품, 꼬마 니꼴라를 보면 그가 얼마나 따스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한 작가가 이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은 슬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 세상에서 편안하게 쉬시길 바랍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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